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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수해복구 현장 자원 봉사 다녀 온 세월호 유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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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수해복구 현장 자원 봉사 다녀 온 세월호 유가족들
  • 미디어몽구(김정환)
  • 승인 2020.08.13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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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구례 양정마을에서 구슬 땀

수천발 폭격을 맞았나 했습니다. 구례에 들어서자 보이는 길가마다 모아놓은 온갖 잔해들이 수해의 참상을 짐작케 했습니다. 마을로 들어서자 더 처참했습니다. 밭작물들은 모두 죽었고 감나무와 같은 큰 나무들은 사람 키보다 훨씬 높은 곳까지 흙투성이였습니다. 집집마다 지붕까지 수해의 흔적이 보입니다. 제방이 무너지면서 쏟아져 들어온 물이 3미터 높이로 마을을 휩쓸었다는군요.

양정마을은 주로 한우를 키우는 마을입니다. 총 115가구 중 44가구에서 1,527마리의 한우를 키웠는데, 이번 수해로 400마리가 죽고 600마리가 실종되었습니다. 우리가 간 집의 한우들 중 한 마리는 계속 축사 안을 돌아다니며 웁니다. 새끼가 보이지 않아서 찾아다니며 우는거라는군요.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다른 한우들도 스트레스 때문에 정상이 아니라고 합니다.

세월호 아빠들의 활약이 대단했습니다.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커다란 창고를 싹 다 정리하고 청소하고, 창고 안에 가득했던 흙투성이 전기자재들 모두 들어 내오고, 수천 점은 족히 되는 전기자재들 씻고 말리는 자리도 만들고, 빨랫줄도 만들어 널고, 겨우 되찾은 한우들 다시 들어올 자리도 만들고... 엄마들은, 언제 어디서나 항상 그랬듯, 쉬지 않고 창고에서 내온 흙투성이 자재들을 씻고 또 헹구고...

소식 듣고 광주에서 무등교회 이병일 목사님과 김일수 님이 오셔서 함께 땀 흘리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가족협의회가 가지고 있던 물품들을 구례군청에 수재의연품으로 전달했습니다.
- 유한락스 50L 3BOX,
- 맥심커피 170EA 8BOX
- 야상 담요 40EA
- 일회용 노란우비 2,000EA
- 1회용 그릇 1,000EA
- 화장지 72롤

인연이라는게 있나봅니다. 그 집 딸이 안산 선부동에 산다는군요. 그래서 더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안산에 도착한 후에 구례에서 고마웠다는 문자가 추모사업부서장님에게 오고, 선부동에 사는 딸과도 통화를 하셨다는군요. 그 따님의 인사입니다.

“고맙습니다. 저희 축사에 오셔서 고생많이 하시고 가셨다고 들었습니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후원금 10만원 입금했습니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세월호 가족들은 진도에서, 안산에서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 고마움을 잊지 않고 이렇게 자원봉사로, 후원으로 그 빚을 하나씩 갚아나가고 있습니다. 이번 구례 수해복구자원봉사 소식을 알리니 많은 분들이 “지난번 대구 코로나 때도 앞장 서신 것을 기억하는데 이번에도 이렇게 또 앞장서 주시니 정말 감사하고 존경스럽다”는 인사를 전해오셨습니다. 엄마아빠들의 이런 진심 어린 모습이 진상규명과 우리 아이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큰 디딤돌이 되고 있습니다.

급히 진행한 일정에 기꺼이 참여해주신 호성맘, 지혜맘, 보현맘, 시연맘, 호성파, 예슬파, 동수파, 애진파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따로 늦게 가서 겨우 두 시간 흉내만 내다 왔습니다. 취소할 수 없는 일정, 생업, 건강 등의 피치 못할 사정으로 몸소 참여하시지는 못했지만 마음으로 응원하시고 특히 안전하게 다녀오라고 인사해주신 가족 여러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김제동과 어깨동무>에도 감사합니다. 정부와 시민 모두가 총력으로 수해복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불과 몇일 후면 자원봉사를 가고싶어도 못 갈 것 같아 애 태우던 차에 <김제동과 어깨동무> 덕분에 좋은 기회를 얻었습니다. 앞으로도 함께 할 일들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청운효자동사무소 앞에서 농성할 때 김제동 씨가 새끼 잃은 어미소 이야기를 해서 우리를 울렸었는데, 오늘 새끼 잃고 찾아다니며 우는 어미소를 보며 자원봉사를 하니 여러 생각과 감정이 오갔습니다. (청운효자동사무소 농성장 방문한 김제동 발언영상 => https://youtu.be/fZHn8-buqc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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