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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베트남전쟁 한국군 민간인 학살 국가배상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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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베트남전쟁 한국군 민간인 학살 국가배상청구
  • 미디어몽구(김정환)
  • 승인 2020.10.12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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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국가배상소송 1차 변론기일 경과보고

 오늘 오전,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관련 국가배상소송 1차 변론과 경과보고에 대한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소송의 원고는 베트남 퐁니마을 학살 피해 생존자 (Nguyễn Thị Thanh, 1960년생)으로, 지난 4월 한국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접수했습니다. 이는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가 최초로 한국 법원에 제기한 사건으로, 소장을 제출하던 당시 기자회견에도 많은분들께서 관심을 보내주었습니다. 오늘 변론기일은 소장 제출 이후 6개월만에 열린 재판입니다. 원래 8월이 첫 변론기일이었지만 재판을 연기해달라는 정부 측 요청으로 지금까지 재판이 미뤄진 탓입니다.

오늘 오전 10시 30분, 첫 변론기일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원고석에 응우옌티탄, 피고석에 대한민국이 자리한 오늘 법정에, 많은 취재진과 방청객이 참석했습니다. 대한민국은 2020년 10월 8일 및 2020년 10월 11일, 각 준비서면을 제출하여 이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만 정부 측이 기존의 서면 답변을 취하하고 새로운 답변서를 오늘 오전에 제출하면서 응우옌티탄과 변호인단에게 송달도 되지 못한 상황에서 재판이 시작되었습니다.
 
정부 측은 대리인을 통해 “민간인 학살이 입증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히며 검증되지 않은 언론보도나 피해자 진술만으로는 피해 사실을 믿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답변서에 주한미군 감찰보고서의 퐁니마을 사고를 민간인학살로 오역했을 가능성이 있고, 베트남군이 한국군으로 위장해 퐁니마을 사건을 벌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응우옌티탄의 가족에 대한 살상이 민간인학살이 아니라 교전 중 발생한 사고였을 가능성이 있고, 오랜 기간이 지나 소멸시효가 완료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응우옌티탄 측은 “어떤 경우에도 무장 군인이 적대행위 없는 비무장 민간인을 살상해서는 안 된다는 확인을 구하고자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민간인학살을 입장하기 위해 당시 참전 군인들을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산하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TF(민변베트남TF) 소속 변호사들과 한베평화재단, 베트남평화의료연대, 성미산학교 학생과 교사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경과보고 기자회견을 연이어 진행했습니다.

임재성 변호사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선경 변호사가 피고 대한민국의 답변 요지를 정리하여 발언하였고 이후 김남주 변호사가 1회 변론기일 진행경과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두 변호사는 재판 내용을 전달하며 “다양한 증거를 갖추고 제기하는 소송”, “베트남인이라고 하더라도, 적대행위를 하지 않은 민간인에 대한 가해 행위가 분명히 있었으며 이 행동이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대한민국 측을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후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시민평화법정 조사팀에서 활동했던 심아정 독립연구자와 문해람 성미산학교 학생의 연대발언을 통해 재판 방청한 후기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해 온 과정에서의 생각을 들었습니다. 심아정 연구활동가는 "전시 상황에서 학살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라는 확고한 전제 앞에서 더 이상의 성찰을 멈추는 사회에서 살고 싶지 않다."며 "한 살짜리 아기들까지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문해람 학생도 "10대들에게 진실을 배울 기회를 달라"고 말했습니다.


끝으로 코로나19 여파로 아쉽게 직접 출석하지는 못했으나, 영상통화를 통해 베트남 현지의 응우옌티탄과 연결하여 소송 당사자로서의 심경을 듣고 질의응답을 진행했습니다. 앞서 진행된 1차 변론기일 재판에 대해 간략히 내용을 정리해 전달하고 기자회견 현장 상황도 공유 드렸습니다. 발언을 통해 “재판부가 공정하고 민주적인 판결로 희생자와 유가족의 억울함과 아픔을 덜어주기 바란다”, “제가 바로 학살의 주인공이다. 한국 정부와 참전 군인들이 과거 우리 마을에서 있었던 사실을 인정해주길 호소드린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오늘을 정말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막상 오늘 재판에서 한국 측 변호사조차도 한국 정부가 보낸 답변서를 보지 못했다니 섭섭하다. 제 기다림과 간절함보다 한국 정부가 늦는 것 같아서 아쉽다"며, "다음 재판에 한국 정부의 좋은 답변이 있기를 기대하면서 또다시 그들을 기다리겠다"고 첫 재판의 소회를 전했습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영상통화로나마 탄 아주머니께 인사를 드리니 연신 "응원해주는 한국 친구들 너무 고맙다. 꼭 건강하길 바란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다음 재판은 내년 1월 11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응우옌티탄이 학살에서 살아 남아 52년이 흐른 뒤 진행된 재판이 10여분 만에 끝났습니다. 긴 기다림의 시간이 무색한 짧은 재판이었지만 진실된 기억을 찾아 싸우는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예정입니다. 탄 아주머니와 함께 이 길에 함께하며 앞으로도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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