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왜 크루즈에 독도 두 글자를 새겼나
언제나 꿈만 꾸고 있던 여행을 올 여름 이루었다. 10일간 크루즈 타고 부산을 출발, 러시아 거쳐 일본에 발도장 찍고 돌아왔다. 돌이켜보면 두 나라를 다녀왔다는거 보다 '크루즈 타고 동해바다를 횡단했다'는게 기억으로 남을거 같다. 언제든 갈 수 있는 땅과 바다 횡단은 비교자체가 안되니깐.^^ 두달여전 환경재단 in 피스앤그린보트의 초청을 받았는데 '광복 70주년', '평화', '환경'이 주는 세 단어에 끌려 참가하게 되었고, 의미까지 부여하니 보람도 각별하게 느껴졌다. 매년 여름이면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500여명의 시민들이 더 큰 하나가 되기 위해 이 배를 탄다고 하는데 왜 난 이제야 알았던 걸까;; 훗날 반쪽, 친구, 가족 중 파트너와 함께 다시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로 마음 단단히 먹어본다!
이전까지 탔던 큰 배는 ,600톤급의 국내 최대 여객선이었던 세월호였는데 이번에 탄 배는 5,000톤급이었다. 규모면에서 두 배라고 보면 된다. 세월호 타고 제주갈때 가장 답답했던게 통신두절로 휴대폰이 안되는 거였는데 이번엔 경험을 바탕으로 문명과는 잠시 안녕, 아날로그형 인간으로 돌아가자 마음 먹으니 답답함은 사라졌고, 사람들과는 더 가까이서 긴시간 만나 어울리며 친분도 돈독히 쌓을 수 있었다.
앞으로 4개의 포스팅을 할 예정인데 첫 영상으로 선상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편집했다. 배 구석구석을 다니며 촬영한 거니 궁금하면 봐 주시고, 급하신 분들은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 설명과 함께 승선해 보자??ㅎㅎ
부산 국제크루즈터미널 가는 길에 눈 앞에 나타난 오션드림호. 크기에 놀랐다. 10일간 저 배에 내 몸을 맡긴다니... 잘 부탁해!
크루즈 터미널에서 티켓팅이나 수하물 접수등 출국수속 밟는건 공항에서와 같았다. 마치고 배 앞으로 갔더니 짐들이 놓여져 있었다. 여기서 본인꺼 찾아 승선하게 되는데 이때 선사에서 만들어 주는 ID 카드를 보여 주어야 한다. 일종의 신분증이자 출입증이라고 보면 된다. 배 설명 더하자면 길이가 200미터가 넘는다고 한다. 높이는 아파트 10층 높이고 말이다. 내부 모습도 궁금해 잽싸게 짐 찾아 승선했다.
승선하니 승무원들이 긴 줄로 대기 중이었다. 명의 승무원들이 있다고 했다. 지정된 방까지 안내해 주고 캐리어까지 가져다 주었다.
내 방은 6층이었는데 61호실이었다. 순간 4월 16일이 연관되어 생각나는 숫자;;; 객실 복도의 모습인데 끝이 안 보일정도로 길었다. 좌측은 내실이고 우측은 창가쪽인데 벽화가 예쁨... 식당이 앞쪽에 있는지라 밥을 먹으려면 끝까지 걸어가야 했다.
안내 책자에 나온 방 등급과 가격, 그리고 구조다. 피스앤그린보트에 참가하고 싶은 분들은 참고하시라고. 이 배는 1년 내내 세계일주 하는데 기간은 보통 100여일 간이고 코스는 남반구 적도 북반구 이렇게 다닌다고 한다. 가장 싼 가격이 1,500만원이었나? 암튼 여행하려면 큰 마음 가짐이 중요할 듯.^^;;
여기가 나의 방. 창가쪽 아니라 아쉽지만 4인실에 두명 생활할 수 있게 배려해줘 만족한다. 방에는 TV와 화장실, 샤워실이 있는데 온수가 콸콸 잘 나와 불편함은 없었다. 대신 낮에 불끄면 암흑세상으로 변한다.
이제 룸메 소개할 시간. 몽구님과 함께 생활하게 될 행운의 주인공은 경향신문 사진부 이석우 차장이시다.ㅎㅎ 근데 난 경향신문 기자와 인연이 있나 보다. 언젠가 한달여간 아프리카로 세계기후변화 취재차 간적이 있었는데 이때 동행했던 분이 경향신문 이재국 기자였다. 이쯤되면 객원기자증이라도 발급해줘야 하지 않나?ㅎㅎ 룸메님을 말하자면 이번 여행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 하나에서 열까지 챙겨 주던 분이셨고, 기념사진도 많이 찍어 주었다. 장비도 부러웠고.ㅎㅎ
짐을 놓고 가장 먼저 달려갔던 곳이 선수쪽이다. 터미널까지 바래다 줬던 동생과 인사하기 위해서. 통화로 서로 위치 확인해 잘 다녀오겠다 인사 후 몇분 지나니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왔다. 나 승선하는 모습을 찍은거라며;;; 센스하고는.ㅎㅎ
승선하기 전 밧줄 잡고 쇼하고 있는 몽구님;;;
"잘 다녀올게" 인사하는걸 찍어 보내준건데 망원렌즈 아니었나??;;ㅎㅎ
이제 본격적으로 배 구경 좀 해볼까 한다. 여긴 맨 꼭대기 층인데 11층이다. 이곳에선 자쿠지와 일광욕을 즐길 수가 있다.
일광욕 중인 일본 어르신들, 응? 내가 보고자 하는 풍경이 아닌데;; 젊은이들은 죄다 부산 여행을 갔다는 소식에 허탈했다;;ㅎㅎ
부둣가쪽에서는 출항을 앞두고 축하 공연 중이었다. 크루즈가 입항하고 출항할때마다 공연 이벤트가 열린다고 한다. 큰 박수로 호응해 주는 탑승객들이 많아 댄서들도 힘 불끈 했을 듯 하다^^
출항식 참석하기 위해 모여드는 한.일 시민들. 약 1,200여명이 승선했다. 국적을 잠시 내려놓고 평화와 환경으로 공감대 형성하니 인류로 승화 되었고 더 큰 하나가 될 수 있었다.
피스앤그린보트에 참가하는 분들 중 유일하게 친한 분이 한명 있었으니 사진 속 복진오 피디다. 나의 심심함을 덜어 줄 좋으신 분.ㅎㅎ 인간적으로는 더더더더더 좋은 분이시고, 소개하자면 세월호 참사 발생때 부터 침몰 해역에서 가장 오랜 기간 현장을 기록한 참 언론인이다.
드디어 출항을 알리는 뱃고동 소리가 들리고... 이 곳 위치는 부산 영도쪽이다.
출항전 기념사진 찍어 가족과 주변에 막 뿌렸다. 부러움을 샀던 이유는 배경에 수영장이 있었으니깐.ㅎㅎ 이 사진보고 배탈 난 지인이 몇명 있었을까????
드디어 출항! 영도쪽을 보니 구름이 낮게 떠 있는게 신기했다.
도선사라고 들어봤는지 모르겠다. 정박할 곳에 가까워지면 크루즈나 컨테이선 경우 선장이나 항해사가 운전하는게 아니라 도선사들이 선박에 올라타 하게 되는데 수심이나 물살 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연봉도 상당하다고 들었다. 도선사가 안전한 해역까지 안내해 준 후 옮겨 타고 있다. 이제부터 본격 항해는 시작된다.
부산을 출발한 이 배는 모레 아침 첫 기항지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항에 도착할 예정인데 무사 항해를 기원 했다.
여기는 7층에 있는 키즈풀이다. 아이들 수영장인데 배 맨 뒤쪽에 있다. 10일 내내 한산했던 곳이다. 수영장 물은 바닷물이다. 처음엔 민물인 줄 알았음.
한층 올라오면 수영장과 함게 자쿠지가 있다. 수영장은 냉수고 자쿠지는 온수다. 며칠간은 어린이들이 점령해 수영할 기회가 없다. 질릴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양보의 미덕 보여 달라 말하기 미안할 정도로 재미있게 놀더군.;;;
한 아이가 자기 덤블링 잘한다고 하길래 그럼 해 보라고. 사진과 영상으로 찍으려고 10번은 덤블링 시킨거 같다. 지쳐겠지.ㅎㅎ
그나마 이 수영장엔 수심이 있어 아이들이 잘 오지 않는다. 9층에 위치. 이 배엔 수영장 개와 자쿠지 개가 있었다.
바다 한 가운데인데 잠자리떼가 나타났다. 어디서부터 따라왔는지 미스터리!!
수영장 뿐 아니라 농구코트 겸 미니 축구장도 있다.
이건 일본에서 찍은건데 잘 못 올라왔나 보다.ㅎㅎ;;
배 구경하던 중 본 무지개.ㅎㅎ 뭐하나 지켜보니 갑판에 있는 승무원들이 청소를 하고 있었다.
안전띠 착용하고 배 외관을 물 청소 중이었는데 쉬지 않고 계속하고 있어 주변에 물어봤더니 긴 시간 배에 있으면 지루하거나 딴 생각할 수 있어 계속해 청소나 일을 시킨다고 했다. 혹사 시키는건 아닌지 걱정되기도 했지만 표정은 밝았다. 힘내라는 차원에서 승무원들 만날때 마다 인사 했다.
인건비 절감 위해 승무원들은 주로 동남아 사람이거나 아프리카 사람들이 많다는 말도 들을 수 있었다.
덕분에 오래된 배였지만 깨끗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었다. 방청소 해주는 분에게는 10일치 팁을 주기도 했다.
이 곳은 야외 바인데 일본인과 직원이 부산에서 공수해 온 소주 가지고 계속 대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맛이 특이했나?ㅎㅎ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배 면적은 작아진다.
매일 동해바다가 준 선물. 황홀한 일몰!
영상으로 본다면 황홀함의 크기를 느낄 수 있을 듯. 감탄하는 일본인들에게 여기가 우리바다 동해라고 자랑했었다.
독도에서도 기념 사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노라마로 찍은 사진이다. 아침 일찍부터 요가하는 일본인들. 이때부터 하루 일정이 시작된다. 일본인 탑승객 중 70%가 어르신들었는데 황혼기에 여유를 즐길 수 있다는게 부러웠다.
곳곳에 자판기가 있었는데 선사에서 발급해 준 ID 카드가 있어야 구입할 수 있다. 신용카드 번호 알려주면 ID 카드와 연동되는데 배안에서 신용카드처럼 쓸 수가 있다.
이게 아이디카드다. 선내에서는 객실 키와 겸용으로 레스토랑, 바, 매점, 진료실등 유료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신용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고, 기항지에 도착, 배에 내리거나 탈때엔 출입증이기도 하다.
선내에서 아이디 카드로 사용한 내역이다. 주로 음료수와 술 마실때 사용했는데 많이 쓰질 않았다. 술 안주로 포테이토와 미소라멘이 맛있었다.ㅎ
기념사진도 많이 찍었는데 나중에 사진 보니 남대문이 열려져 있어 본인은 식은 땀, 주변엔 큰 웃음을 주기도 했다. 물론 사진 속 대학생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 주었다. ㅡ.ㅡ;;
햇살 강해 옷이 금방 마를 줄 알았는데 진짜 마르지 않더군. 바다 위라서 그런가? 이유 아시는 분??
이 곳에선 낮에도 밤에도 공연 중.^^
여긴 8층 복도인데 주로 마작이나 바둑을 두는 곳이다.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보는게 항로 지도였다. 통신이 안되는지라 시간대별 현재 위치도 궁금하고 일출과 일몰 시간, 기상 상태를 알려주는 곳이 여기였기 때문인데 다가가 봤더니 지도에 일본해와 일본이 부르는 독도명칭인 다케시마가 써 있질 않는가,,,
일본해와 다케시마로 써 있는 항로 지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케시마를 덮고 그 위에 두 글자를 새겼다.
독도. 영어로 쓸려고 하다가 한글로 쓴 이유가 있다. 이 걸 발견하고는 주변인들에게 알렸더니 일본에서 운행하는 배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 이었다. 아 이래서 빼앗기는 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고 경각심 좀 가지라고 한글로 독도라고 썼다. 잘못된 건 바로 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할일 했다는 자뻑과 밥 값했다는 생각에 식당으로 갔는데 긴 줄이 서 있었다. 메뉴 기대했는데...
뭐지? 왜케 부실해? 다음날 알고 봤더니 메인 식당이 이곳이 아니었다.
4층에 있던 메인 식당. 이 곳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그 뒤부터 이곳에서 식사를 했는데 테이블도 고급스럽고...
코스요리와 뷔페로 나오는 고급 음식들이었다. 다만 좀 늦게 나와 조급증 있는 난 힘들었다.ㅎㅎ
지정석은 아니고 오는 순서대로 식사를 하게 되는데 후 한 테이블에 있던 분들과 기념사진도 찍었다.
선장들은(다음 항해 선장 포함) 계단 밑 구석에서 식사하던데 굳이 말 안해도 이 모습보고 뭔가 느낀바가 있을거라 생각된다.^^
운좋게 조타실도 구경했다. 다음에 올릴게 바로 세월호 VS 크루즈의 안전 대피 훈련인데 두 배를 타 본 나로서는 꼭 비교해 알려주고 싶다.
태풍이 와도 헤치며 항해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탔던 10일간 파도가 잔잔한건 처음이라고 했다.
조타실에서도 기념샷.ㅎㅎ 근데 비행기처럼 기계가 운행한다는 사실.;;;
선내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 지루하지가 않았다.
영화나 다큐도 보고...
탁구도 치고...
바에서 먹고 마시기도 하고...
인터넷도 할 수 있고...
어린이들 위한 프로그램도 풍성했다.
폰에 다 담지는 못했지만 다양한 편의시설과 휴식공간, 그리고 알찬 공연들과 강연등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마련되어 있어 원하는 곳에 가 듣거나 참가할 수가 있다. 정리하자면 카지노 빼고는 다 있었다. 영상으로 보면 자세히 나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직 인생은 성공 못 했지만 행복은 성공 길에 접어든거 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