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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팍도사> 출연, 내가 본 김영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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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팍도사> 출연, 내가 본 김영희 PD
  • 미디어몽구
  • 승인 2009.07.09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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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나오지 않는 한국PD연합회장으로서 김영희를 말한다

아마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리뷰는 아니지만 처음 글을 쓰지 않나 생각합니다. 어제 영화를 보고 집에 가는 길에 지하철에서 DMB를 통해 <무릎팍도사>를 봤습니다. 평소 같으면 출연진을 보고 난 후 채널을 돌려 뉴스를 봤을껀데, 김영희 PD가 나와 끝까지 시청했습니다. 지하철에서 내려 집에 걸어가는 도중 비가 보슬보슬 내리더군요. 그럼에도 뛰지 않고 비를 맞으며 <무릎팍도사>를 시청한 이유는 혹시나 김영희 PD가 PD연합회장을 맡으면서 겪었던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였습니다.

허나, 기대했던 말은 나오지 않아 아쉽긴 했지만, 어쩌면 방송으로 말하기엔 부적절(?)할 수도 있었겠죠. 그래서 제가 방송에서 나왔던 쌀집아저씨 김영희 PD가 아닌 PD 연합회장으로서 김영희 PD에 대해 말해볼까 합니다. 친분이 있는건 아니지만, 최근 언론계 이슈가 터질때마다 취재현장에 가면 그를 볼 수 있었습니다. 작년 늦가을부터 올 봄까지 자주 봤던거 같습니다.


한국 PD연합회 회장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활동하는 그를 처음 봤던건 작년 9월 말쯤이었습니다. 각 언론을 대표하는 언론단체 회장들이 프레스센터 앞에서 20년만에 시국선언을 가졌는데, 그곳에서 김영희 PD를 처음 봤습니다. 저와 아프리카로 취재를 같이 다녀온 이재국 경향신문 미디어팀장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시국선언에서 각 언론단체 대장들은 비장한 각오로 시국선언문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그 속에서 그늘진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기자협회장 옆자리에 앉아 있었던 김영희 PD는 주목을 쥔채 현 정권을 향해 "언론자유 탄압을 중지하라"외치며 대한민국 PD를 대표해서 약 5분여 동안 발언을 했던 기억이 생생 합니다. 그때 찍어 놓았던 영상이 있는데 테잎이 어디로 간건지 찾을수가 없네요.ㅠ 찾는데로 이곳에 김영희 PD의 시국선언 발언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물론 쌀집아저씨로서 김영희 PD를 더 잘 알고 있고, 늘 감동과 눈물을 전해주는 프로를 맡았기에 어제 <무릎팍도사>를 보는 내내 뭉클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실제 그 앞에 서서 카메라 뷰파인더 안으로 들어오는 그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을때면 울컥했었던 일이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어디 어느곳에서든 다른 방송인들과 함께 현 정권의 언론 장악 음모를 막으려고 온 몸으로 앞장서서 투쟁하던 그의 모습은 앞으로 제 기억속에 쌀집 아저씨 김영희 PD 보다 더 PD 연합회장 김영희로 가슴에 남아 있을 껍니다. PD 대표로서 단상에 오르거나 마이크를 잡아 발언을 할때면 다른 분들보다 그의 목소리는 우렁차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서 흘러나오는 진정성 어린 그 호소력은 상식적인 측면에서 누구나 공감하게 되고 분노를 더 일게 만들곤 했습니다.

여러 집회현장과 기자회견장에서 뿔테안경 쓰지 않고 나타나는 그의 모습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걸 하나 말하라면 이춘근 PD와 김보슬 PD가 검찰에 체포되어 가고, MBC를 압수수색 시도할때였습니다. 후배 PD로 김보슬 PD가 검찰에 체포되기 전 그는 검찰을 향해 이런말을 했습니다. "김보슬 PD가 언제 몇시 청담 웨딩홀에서 결혼식을 올립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김보슬 PD를 지키기 위해 사수대를 결성해 그녀를 보호 했지만, 그날만큼은 우리는 그녀를 보호해 주지 못합니다. 정말 검찰이 그녀를 잡아갈 의향이 있다면, 그날 한번 잡아가 보십시요...여러분 이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 하십니까?..."

다음날 김보슬 PD는 결혼을 앞두고 예비 신랑 집 어머니 집앞에서 잠복 중이던 검찰에 체포됩니다. MBC 노조를 비롯한 언론노조는 검찰청 앞에서 "김보슬 PD를 석방하라"는 기자회견을 가지게 되는데 모두가 검찰의 비상식적인 체포를 규탄할때 김영희 PD는 검찰청으로 몸을 돌리며 검찰이 아닌 후배 김보슬 PD를 향해 말을 합니다. "사랑하는 나의 후배 보슬아! 결혼을 앞두고 잡혀가서 얼마나 무섭니...몇시간 후면 나올 수 있을테고 당당하게 결혼식도 올릴테니 몇 시간만 잘 참아다오...선배로써 검찰에 체포되어 가는걸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구나...사랑하는 나의 후배 보슬아..." 말하는 그도 듣는 이들도 모두 울컥했었던 그날의 검찰 규탄 기자회견. 후배를 아끼는 인간 김영희를 볼수 있었던 자리였습니다. 정확한 말은 기억 안나지만 윗말과 비슷하게 발언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언론 자유수호를 위해 가장 최전선에서 투쟁했던 김영희 PD. 이제 본연의 직업인 예능 PD로 돌아간다고 하는데 이번 미디어법 통과 저지가 그에게는 PD 연합회장으로서 마지막 싸움이 될꺼 같습니다. <무한도전>의 김태호 PD가 "무한도전 자막은 시민의 고민을 담았다"고 말한 것처럼, 예능 피디로 돌아갔을때에도 웃음과 감동 뿐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에도 잘 접목시키는 프로를 맡아 제작해 주시길 바라는 마음 간절 합니다.

김영희 PD가 자주했던 말이고 어쩌면 너무나 잘 어울리꺼 같은 단어를 마지막으로 짧은 글을 끝맺음 합니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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