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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편상욱 앵커의 조금 긴 클로징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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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편상욱 앵커의 조금 긴 클로징멘트
  • 미디어몽구
  • 승인 2009.06.02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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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징 멘트 접수 받는 '소통' 앵커 편상욱 기자.

신경민 앵커가 MBC 뉴스에서 하차한 후 그의 클로징 멘트를 그리워하는 많은 네티즌들은 그동안 갈증을 느껴 왔습니다. 후임 권순표 앵커의 클로징 멘트는 밋밋한 느낌을 줘서 소신있는 클로징 멘트를 기대했던 네티즌들에게 실망을 준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진실을 알리는 뉴스는 단연 MBC 뉴스 입니다.)

이럴때 네티즌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앵커 한분이 깜짝 등장 했습니다. 네티즌들은 벌써부터 제2의 신경민 앵커라는 호칭까지 붙여주고 있습니다. 그분은 바로 SBS 자정 뉴스인 <나이트라인>을 진행하는 편상욱 앵커 입니다.

최근 의미심장하고 소신있는 클로징 멘트로 네티즌들의 격려와 호응 그리고 걱정까지도... 주목받고 있는 편상욱 앵커.

편상욱앵커 블로그 메인사진

지난 주 편상욱 앵커는 서울광장을 봉쇄한 전경버스와 덕수궁 앞에서 진행하려던 시민들의 자발적인 추모행사를 막는 경찰을 향해 이런 멘트를 날렸습니다.

"경찰의 의무는 시민들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세금으로 월급을 주고 세금으로 버스를 사줍니다. 이런 시민들 돈으로 월급 받는 경찰이 시민들이 설치한 덕수궁 분향소 천막을 빼앗았습니다. 추모행사를 서울광장에서 열어야 한다는 여론이 70%애 달애도 경찰은 시민들 돈으로 산 버스로 광장을 봉쇄 했습니다. 경찰은 누구를 위해 왜 존재하는지 실제로 경찰을 움직이는 분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슬플때 슬퍼하는 것도 시민들의 당연한 권리 입니다."

경찰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멘트입니다. 경찰 뿐 아니라 정부에 대한 비판 멘트도 있었습니다. 정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용 만장에 대나무 대신 PVC 파이프를 사용토록 한 것과 관련해서 편상욱 앵커는 장례식 전날 클로징 멘트를 통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장례에 만장을 쓰는 나라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만장을 PVC에 거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을 위해 불교계가 만장 2000여 개를 준비했는데 이 만장에 대나무가 아닌 PVC 파이프가 사용된다고 합니다. 정부가 시위용품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며 바꿔달라고 요구했다고 하는데 만장은 대나무에 매달아 망자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한 뒤 태우는 게 관례입니다. 불교계는 불쾌해하고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신경민 앵커 못지 않는 의미심장한 클로징 멘트 아닌가요? 이 멘트에 대해 네티즌들의 호응은 갈수록 커지고 있고, 반대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네티즌들도 많습니다. 이에 대해 편상욱 앵커가 어제 오후 자신의 블로그에 너무 걱정말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긴말 안하겠습니다. 아랫글은 편상욱 앵커가 직접 블로그에 쓴 글 전문입니다. 클로징 멘트를 자신의 메일로 접수받는다고 합니다. 진정 소통이 무었인지 아는 앵커가 등장 했습니다. 편상욱 앵커가 뉴스를 진행하면서 했던 클로징멘트에 대한 본인의 생각. 한번 읽어 보시고 많은 관심과 사랑을 듬뿍 드려야 겠습니다.

편상욱 앵커가 자신의 블로그에 어제 올린 글 하단에 블로그 주소 링크 걸테니 그곳에 들어가셔서 많은 칭찬 부탁 드리겠습니다.^^

▶ 다음은 편상욱 앵커가 자신의 블로그에 직접 올린 클로징멘트에 관한 글.

뉴스를 시작한 다음날 한 클로징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한 신인배우가 자살한 소식이 있었습니다.

<4월 28일>

"신인 여배우의 자살, 동반자살을 미끼로 한 성폭행...오늘도 자살과 관련된 우울한 소식들 전해드렸습니다. 요즘엔 함께 자살하자는 인터넷사이트도, 유행처럼 번집니다.

목숨은 자신의 것이기에, 타인인 제가, 이러쿵 저러쿵 말하기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혹시라도 견디기 힘들어 죽고 싶다면, 그전에 바다에 한번 가보시죠. 폭풍우가 죽을듯 몰아치다가도, 다음날이면 거짓말처럼 평온한게 바답니다. 저는 인생도..바다와 비슷하다고 믿고 삽니다."

저도 청춘이 있었던 지라 (아직도 청춘이라고 우기며 살고 있기는 합니다) 제 경험이 혹 도움이 될까 해서 했던 말입니다. 다음날 한 대학생이 제게 메일을 보내와 고맙다고 했습니다. 나쁜 생각했던 마음을 고쳐먹게 됐다는 말에 저도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오랜 친구에게 이야기 하듯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도 했습니다.

< 5월 7일> (자정이 넘어 방송하므로 실제 날자는 5월 8일 입니다)

"오늘 어버이날입니다. 누군가를 위해 자기 목숨까지 망설임 없이 줄 수 있다는 것. 저도 부모가 되고 나서, 처음 알았습니다. 내리 사랑이라고, 자식 생각하는 것 만큼, 부모님 생각은, 못합니다. 그러나 늙고 병드셨어도, 부모님은, 가장 든든한 언덕입니다.

40 넘은 아들에게,끼니 거르지 말라고, 아직도 잔소리 하십니다. 고맙습니다. 찾아뵙지 못하지만, 아침에 전화라도 해야겠습니다."

서강대 장영희교수의 장례식이 있던 날은 이런말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멘트입니다.

<5월 13일>

"서강대 장영희교수는 한 학생의 영어회화 학점을, 주저없이 A를 준적이 있다고 합니다. 추운 겨울날 노점 노인에게서,필요도 없는 부채를 두개씩이나 산, 학생의 행동을 훔쳐본 뒤의 일입니다. 불쌍한 노인을 보고 측은하게 느끼는 마음은, 지구상의 모든 인간이 알아듣는 만국공통어이다.

그 만국공통어를, 그렇게 능숙하게 구사하는 학생은, 회화의 A학점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장례식장이, 제자들로 북적였으면 좋겠다던, 자신의 소망을 이루고 떠났습니다. 내일이 스승의 날입니다. 장교수 같은 스승이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16년째 방송으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으로 미안한 사과도 있었습니다. 정상체격인 어린이들도 자신이 키가작고 뚱뚱하다고 생각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어린이날 기획기사가 있었습니다.

<5월 5일>

"외모때문에 아이들도 스트레스 많이 받는다는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예쁘고 마른 사람만 보여주고, 추켜세우는,
텔레비젼 탓이 큽니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만은, 세상이, 티비에 나오는 것보다 훨씬 크고,
넓고, 다양하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십쇼.

마르고 예쁜 사람이 불행하기도 하고, 작고 뚱뚱한 사람이 행복하기도 한게 세상입니다."

광주민주화운동 29주기였던 5월 18일은 관련기사를 넣을 시간이 없어 클로징으로 대신했습니다.

<5월 18일>

" 광주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지 벌써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습니다. 당시 방송을 비롯한 이땅의 모든 언론들은,
그들을 '폭도'라고 불렀습니다. 한 광주시민은 "동포의 가슴에 총칼을 들이댄 저들이 폭도입니까, 아니면, 부모형제를 지키겠다고 일어선 우리가 폭도입니까."라며 울부짖었습니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선배들의 부끄러운 잘못을, 따라하지 않겠습니다."


<6월1일>

서울광장을 봉쇄한 경찰을 비판한 클로징 멘트를 놓고 저를 걱정하는 말씀들을 너무 많이 들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저 괜찮습니다.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그 클로징 멘트는 전혀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쓴 것이 아닙니다.

기자로서 지켜야 하는 ‘정치적 중립‘의 의무 때문이기도 하지만, 타고 난 제 성격이 정치적이지 않기 때문인 이유도 큽니다. 공교롭게도 기자 일을 시작한 뒤 15년 4개월 동안 다른 취재부서는 두루 다녀봤지만, 기억도 희미한 여러해 전 총선 당시 두 달쯤 파견 근무한 것 빼고는, 정치부에서 취재해 본 적도 없습니다.

대신 검은 것을 검다 하고, 흰 것을 희다 말하는 것이 언론의 정도라고 배웠습니다. 저는 지난 4월 27일부터 나이트라인을 맡았습니다. 방송장이로 자기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맡는다는 것은 참 신나는 일입니다.

원래 “나이트라인 마칩니다. 안녕히 주무십시오” 로 끝나던 클로징을 좀 길게 바꾼 것은 방송장이로서 제 욕심이었습니다.

뉴스앵커는 안방에 허락 없이 찾아가는 손님과 같습니다. 특히 지상파 방송은 일부러 찾아 들어가야 하는 다른 매체와 달리 TV를 켜기만 하면 나옵니다. 게다가 제 뉴스는 한밤중에 합니다.

한밤중에 허락도 없이 찾아온 손님이 딱딱한 뉴스만 줄줄이 늘어놓다가 안녕히 주무시라는 한마디만 하고 사라지면 좀 예의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전 제 방송을 봐주시는 분들에게 조금은 더 다정한 친구가 되고 싶었습니다.

뉴스가 늘 그렇듯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이 더 많고 그걸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어지러워지고...어지러운 소식들을 끝으로 잠을 청해야 하는 시청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30초 남짓 ‘조금 긴’ 클로징 멘트를 하기로 했습니다.

경찰을 비판하는 말을 했던 날도 푸른 잔디가 아름답게 자란 광장이 버스로 ‘철통같이’ 봉쇄돼 있는 장면이 답답해, 지극히 원칙적인, 당연한 이야기를 한 것 뿐 입니다. 앞으로도 저는 ‘조금 긴‘ 클로징 멘트를 계속 하려고 합니다.

정치적 이슈가 됐든, 개인적인 생각이든 ‘논쟁’보다는 ‘따뜻한 소통’이었으면 더 좋겠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질책 하셔도 좋고, ‘이런 클로징 어때요?’ 하시며 메일로 보내주시면 별로 좋지 않은 제 머리가 고생을 좀 덜 수 있어 더 좋겠습니다.

제 이메일은 pete@sbs.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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