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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박형준]

30일 오후, 덕수궁 대한문 인근에서는 시청광장 개방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경찰은 몇명으로 추산할지 모르겠지만, 눈대중으로 확인해서는 2~3천명의 시민들이 시위에 참가한 것으로 보였다.

시민들에 대한 봉쇄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고성이 들리는 곳으로 찾아가 무슨 일인지 확인해봤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 한 분이 길을 열어줄 것을 요구했지만, 경찰이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 격앙돼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 상황이었다. 양천경찰서 소속 809전경대 전경 1명(카메라를 들고 마스크를 착용한 것으로 봐서는 채증이 주임무로 보였다)이 갑자기 그 장애인을 채증한 것이었다. 장애인 분과 지인은 경찰에 "왜 채증을 하느냐"며 격렬히 항의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황당했던 것은, 그 상황을 사진으로 촬영한 나까지 채증을 당한 것. 단지 사진 한장 찍었을 뿐인데 왜 그랬을까. 그런데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내가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자, 그는 내 신분이 궁금했는지 내 기자증까지 채증하려 했다.

그래서, 나는 말없이 그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쳐다보자 내게 온갖 욕설을 집중시켰다. 그러면서 방향을 틀자, 나 역시 방향을 틀며 그를 주시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욕설을 퍼붓다가 눈빛이 살짝 흔들리더니 다시 몸을 틀었다. 그러다가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 급히 움직이면서 5분 가량 이어진 무언의 실랑이는 그쳤다.

왜였을까. 그 장애인은 인도에서 다만 길을 열어달라고 요구했을 뿐이며, 나는 그 장면을 촬영했을 뿐이었다. 무엇이 그를 그토록 화나게 한 것이었을까. 전경을 향한 평소의 우려가 생각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곧 공권력"이라는 착각은 그들의 폭력성을 부추기는 주원인 중 하나라는 우려였다.

촛불시위에서 늘 시민과 경찰이 서로 격앙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추신

자네가 나보다 어린듯하여 말을 놓겠네. 나는 다만, 자네가 "내가 곧 공권력"이라는 착각에서 장애인까지 채증하는 그런 일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네. 부디 그러길 바란다네. 자네가 제대해 학생으로 돌아가거나 사회에 진출한다면, 그게 얼마나 심각한 망상이었는지를 자연스레 깨닫게 될 것이니 말일세.

그래도 해도 되는게 있고, 하지 말아야 할게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네. 몸이 불편하신 분이 정당한 통행권을 요구하는 항의하는 것까지 채증해서야 되겠나. 그리고 그 장면을 취재하던 나는 또 무슨 죄가 있나. "내가 곧 공권력", 제대하면 많이 부끄러워질 것일세.

자네가 나를 채증했으니, 내게도 소환장이 날아오는 것으로 생각해도 되겠나. 기쁜 마음으로 기다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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