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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 의원의 1년은 숨가빴다. MBC 사장 임기 직후에 정계에 진출하면서 화제도 모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임기 직후에' 때문에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그. 하지만 그 1년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문으로부터 촉발된 촛불시위와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의혹 등 쉴새없이 흘러갔다.

바로 방송장악 의혹의 핵심으로 작용했던 언론관계법 파문 속에서, 최문순 의원은 재보선 출마를 저울질하던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그는 홈페이지에 띄운 공개편지에서 박희태 대표를 향해 "TV 인터뷰에서 언론관계법(한나라당에서는 '미디어법'이라고 주장)을 논의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 기구’를 폄하하는 발언을 하셨다"며 "박 대표께서 이끄는 한나라당에서는 언론관계법을 진지하게 논의할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결과로 보이므로 국민으로부터 직접 심판을 받아보라"고 말했다.

사실, 이 인터뷰는 박희태 대표의 출마가 과연 현실이 될지, 출마한다면 어느 지역이 될지 저울질이 이뤄지던 상황에서 추진되던 인터뷰였다. 하지만 인터뷰 하루 전날, 박희태 대표는 "4.29 재보선이 '중간평가' 분위기로 흐르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래서 인터뷰의 취지는 바뀌었다. '불출마' 선언해버린 박희태 대표에게 최문순 의원은 어떤 이야기를 남기고 싶었을까.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1부 <언론관계법>

-언론관계법에 관한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 후 100일간 논의, 6월 중 표결처리"라는 여야 합의사안에 대해 일부 시민들이 민주당 당사에서 점거농성까지 벌이는 등, 비판적 여론 제기가 많았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지난 연말에는 방어가 가능했지만, 올해 2월에는 방어를 하지 못했다. '굴욕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만큼 양보한 결과가 됐다.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김형오 중재안도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거부됐다.

그 이후, 집권여당이 국회의사당을 점유하는 희안하고도 세계의정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 일어나면서 합의안까지 거부된 것이다. 국회의장을 향한 압박이 이어지자 김형오 의장은 중재안을 파기하고 직권상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합의할 수 밖에 없었다. '선의로 할 것'이라고 생각한 오판 등, 상대에 대한 지나친 믿음도 잘못이었다.

하지만 100일 간의 유예기간이 있다. 이 기간동안 충실히 협상할 것이다. 그 기간동안 나오는 법안조차도 한나라당이 지키지 않는다면 다시 싸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와 자유언론을 위한 100일 축제(6월 10일부터 월말까지)'를 준비 중이다.

국민과 언론, 그리고 시민단체 등이 모이는 축제가 될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특위를 만들어 천정배 의원이 위원장을, 이종걸 의원이 부위원장을, 제가 간사를 맡는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편안하게 나오셔서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중이다."

-결국 6월이 되면 다시 언론관계법 관련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인데, 이번에는 '표결전쟁'이 예상된다. 민주당에 대한 비판 여론 제기가 많았던 이유는, 소수야당인 민주당 및 야당의 특성상 표결에 따른 결과를 회의적으로 바라봤기 때문은 아닐까.

"표결처리는 자문기구 '미디어발전 국민위원회'에서 합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가능한 한 거기에서 합의돼야 하며, 합의되려면 서로 양보해야 한다. 하지만 위원 구성이나 상대(한나라당)가 임하는 태도 등을 감안하면 합의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 같다. 물론, 합의가 안되면 표결처리는 불가능하다.

한나라당의 입장은 원안 그대로 통과시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든 취지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영국 왕립위원회 등 외국에서 방송 관련 위원회를 만든 이유를 돌아봐야 한다.

언론과 정치는 서로 견제하며 긴장관계를 이끌어야 한다. 정치권력이 언론을 다루면 통제의 여지가 많다. 여야 가릴 필요가 없다. 언론은 제4부 권력의 성격을 갖고 있으니, 언론은 당연히 정치권력과 독립돼야 한다. 그것이 바로 선진국에서 별도 위원회를 만드는 이유다. 한나라당은 그 이유를 정확히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미디어발전 국민위원회' 구성과 관련, 한나라당에서는 변희재 등 매파인사들 전진배치했다. 과연 잘 될거라 보는가?

"16일에 첫 회의가 있었다. 어떤 의제를 다루며, 회의는 얼마나 자주할지, 공개와 비공개 여부 등, 모든 안건에서 충돌이 있었다. 한나라당 측 위원들은 비공개를 전제로 주 1회 정도 회의 개최를 주장했으며, 의제도 자신들이 설정하려는 것만 하려 해서 갈등이 많았다. 회의를 국회에서 하는데 그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은 기본 그 자체부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합의 가능성에 회의적인 면이 있다."

- 국회의원 신분을 떠나서, 언론노조 위원장을 역임한 선배의 입장에서 두 번에 걸친 투쟁을 벌였고, 사실상 또 투쟁을 앞두고 있는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언론의 자유를 지키는 일은 정치권과 시민도 해야 하는 일이지만, 최종적으로는 언론인 스스로 해야 한다. 정치권력은 언론을 장악하려는 속성을 갖고 있다. 물론, 경제권력과 문화권력도 마찬가지, 심지어 시민들도 언론이 자기들 편에 서주길 바란다. 하지만 정확한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선 언론인 스스로 지켜내지 않으면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까지 나서지 않았던 KBS나 일부 신문의 언론인들도 많이 나서서 이 문제가 전체의 문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기도 의혹이 끊임없이 논란이 되는 현실, 만약 "내가 MBC 사장이었을 때"라면 어떻게 대처했을지 말씀해주셨으면 좋겠다.

"언론과 정치권력의 관계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까지, 노조가 언론을 지키는 주체처럼 인식돼 있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방송사와 신문사의 사장들이 언론의 독립을 지키는 주체 역할을 했다. 사장에게 경영권과 편성권, 그리고 인사권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사장의 독립성이 훼손된다면 자신이 저항하게 된다. 사장이 회사의 대표인만큼, 회사가 주체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그런 여건이 안되면서 시민사회단체와 노조가 나섰다. 앞으로는 그렇게(사장이 언론독립을 지키는 주체가 돼야) 돼야 한다.

2부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방송사 사장 역임 직후 정치권 진출'에 비판이 많았다. 그 당시, 어떤 결심으로 정치권에 진출했나? 그리고 '박희태 대표와의 맞짱 선언'도 이와 비슷한 결심으로 봐도 되나.

언론의 정치·경제적 독립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해 고민하면서 비례대표 출마를 결심했다. 물론, 비판도 많았다. 하지만 후배들로부터 감시를 받으면서 스스로도 성찰하려 노력한다. 나 스스로도 정치권력으로서 언론의 자유를 훼손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잘 감시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18대 국회 출범 이후 언론문제는 여야의 최대 쟁점이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하지만 박희태 대표는 여야 합의 직후 모 방송에 출연해 본인이 직접 서명한 내용을 곧바로 폄하했다. 그것을 듣고 '당 대표로서 여야합의 사항을 직접 부인했으니 국민들로부터 직접 심판받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 역시 비례대표 의원직을 던지고 출마하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불출마 선언을 해서 안타깝다. 직접 출마해 심판받으셨으면 좋았을텐데……."

-공개 출마 선언에 대해 보좌진들하고는 상의를 전혀 안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놀랐을 보좌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무하고도 상의안했다. 누구보다 놀랐을 사람들이 제 보좌진일 것이다. 아내에게도 많이 혼났다. 직장 잃을 뻔한 보좌진, 긴장했을 아내, 모두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언론문제에 대해선 나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많다.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박희태 대표가 울산 북구(민주노동당-진보신당의 연합공천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에 출마했다면 어떻게 대처하려고 했나.

"난감했다. 울산 북구는 진보진영 연합공천 지역 아닌가. 민주당은 가급적 공천하지 말아야 한다. 대신 진보진영으로부터 다른 지역을 양보받으려 했는데 모순적인 상황이 연출될 뻔 했다. 안그래도 기자들이 그에 대해 질문 많이 했다. 끙끙 앓았다. 하마터면 모순적인 상황이 연출될 뻔 했다." (독자 여러분도 예상하셨겠지만, 최 의원은 즉답을 피했다.)

-박희태 대표는 결국 "정권 중간평가론으로 흐를 가능성에 부담을 느끼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맞짱'이 무산됐는데, 박희태 대표에게 한 마디 해달라.

"중간 평가는 당연히 받아야 한다. 본인들이 주장한 '경제살리기 법안(야당 및 안티MB성향 누리꾼들은 MB악법이라고 부른다)', 대북정책 등 수백개가 넘는 법안을 강행했는데, 모든 것은 중간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동안 자신있게 밀고 나가지 않았나. 그럼에도 중간평가를 받지 않는다는 것인 말이 안된다. 그 자체로 실패를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본다. 공기업에선 사장들이 사원을 대상으로 1년간의 경영성과에 대한 평가를 받은 후 진퇴를 결정한다. 그런데 그것을 결정한 본인들은 왜 평가받지 않나."

-결국 재보선 출마의 명분은 언론관계법과 관련된 국민의 심판 및 판단이다. 그런데 이게 지역구, 특히 재보선에서 통했을 것이라고 보나.

"아직 초선 비례대표이며 정치를 시작한지 1년도 채 안지난 저는 박희태 대표에 비하면 애송이이자 피라미일 것이다. 도전장을 쓰면서도 반향이 일어날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기도 했다. 제 예상보다는 무시된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유권자들이 언론관계법에 관심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판단도 했다. 인천 부평에서 그 문제로 맞부딪쳐도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다."

-아직 가능성이 완전히 끝난 것 같지는 않다. 박희태 대표의 꿈은 "후반기 국회의장 역임 후 깔끔한 은퇴"라는 추측도 제기되며, 10월에 출마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그분이 국회의장이 되고 싶으시다면 더더욱 출마를 결심하셔야 한다. 당신께서 해오신 정책에 대해 심판을 받길 바란다. 10월에라도 나오시길 바란다."

-그렇다면 그때도 출마할 생각은 있는지.

"그 전에 언론관계법 파동이 끝났으면 좋겠다." (역시 즉답을 피했다.)

-같은 관점에서, 같은 당에서 전주 덕진 출마를 선언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정동영 전 대선후보에게도 하실 말씀이 있다면?

"좀 일찍 나오신 것 같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당내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언론악법과 대북정책, 경제문제 등 이명박 정부의 1년을 평가하는 구도가 돼야 하는데, 정동영 전 대선후보 출마로 인해 구도 일부가 흔들리고 있다. 개인적인 선호도 등을 다 떠나서 구도를 선명해지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래도 출마를 결심하셨으니 당에서 최대한 데미지를 줄이고 득이 되도록 크게 활용하는 방법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당 지도부에서 결심해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

-'정치인 최문순'은 어떤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나.

"늘 그랬듯이 권력에 대한 의지보다는 내가 하고자 하는 것(언론의 정치·경제적 독립)이 더 중요하다. 이것을 위해선 권력도 버릴 수 있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자 한다. 정치는 수단이다. 하지만 목적이 되는 경우도 많다. 선명하게 '수단'으로 삼고자 한다. 정치를 언론·방송·신문·인터넷 등 잘 살릴 수 있는 도구로 생각한다. 저에게 권력은 가볍다."

3부 <연예매니지먼트사업법안(일명 장자연법)>

1. 연예매니지먼트사업법안(언론계 일각에서는 '장자연법'이라고 말한다)을 발의하셨다.

"갑자기 발의한 것은 아니다. MBC 사장 재임 시절 17대 국회 때 정치권에 건의했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관련 문제가 많았다. 겉으로 선명하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불공정한 계약과 인권유린, 기획사간 갈등 등 내재된 문제가 많았다. 가만히 둬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17대 국회 당시 문방위 간사에게 관련문제에 대해 설명하면서 법 제정을 부탁했다. 하지만 정치일정 등을 이유로 발의되지 않았다.

제가 18대 국회에 진출해서는 직접 법안을 다듬고 토론회도 열었다. 준비해둔지는 꽤 오래됐다. 하지만 그 사이에 여야가 전쟁을 치루면서 내놓지 못하고 있다가 '불행한 일'이 일어났다. 조금 더 일찍 냈어야 한다는 후회가 많았다.

스타의 발굴 과정에서 사생활까지 침해하는 포괄적 계약과 연예인들 사이에 출연료 양극화 등, 비대칭적인 힘의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다. 이런 문제는 공적인 영역에서 문제제기가 있어야 한다. 일본에서는 배우가 매니지먼트에 소속돼 월급을 받는다(직원 개념). 미국에선 노조가 힘을 발휘하며 매니지먼트에이전시법과 연예인 보호 규정 등이 노동법 4조에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방송사에서 공채로 선발된 탤런트 등도 적게나마 월급을 받는 등 최소한의 보장은 있었다."

- 방송사 사장 출신 의원이 제출한 법안이라 더욱 관심이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당시 지켜본 신인배우 및 신인가수들의 현실은 어땠나.

"국가가 정책을 펴면서 외주제작 등의 환경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그 속에는 신인배우와 신인가수, 신인PD 등에 대한 보호에 대해서는 아무도 장치를 만들지 않았다. 시장근본주의에 맡긴 것이다. 약육강식과 부익부 빈익빈 등이 통제없이 일어나고 있다.

연예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스포츠 스타들도 그렇다. 겉으로는 화려해보이지만 월급 한푼 못받는 사람들이 30~40%나 된다. 부당한 계약에 노출된 이들도 많다. 그러다 보니 입에 담기도 힘든 일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신인연예인들이 '힘 있는 사람들'에게 성상납을 한다더라"는 식의 인식은 뿌리깊다. 뿐만 아니라 지금 故 장자연 자살 및 리스트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도, 여론은 "'거물'이 많이 나올텐데 수사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회의가 많다. 이 회의 역시 뿌리깊다. 법을 다루는 정치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단호하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를 확립하면 된다. 연예인들이 각 방송사에 소속되던 시절엔 감시가 가능했다. 아까도 얘기했듯이, 일정한 월급을 줬으며 능력에 따라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래서 술집에 나가거나 입에 담기도 힘든 일을 할 필요가 지금처럼 크진 않았을 것이다. 물론 그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구조적인 문제라 심각하다. 불균형한 계약관계와 제도적 보호 없는 환경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제도를 완비하고 투명함을 끌어내야 한다. 그리고 수사는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져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 것을 '원하는' 돈과 권력 있는 이들이 존재하는 것도 많다. 신인연예인들이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조취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취재 주)

장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최문순 의원에게서 느낀 것이 있다면 '놀라움'이었다. 난감할 것 같은 질문(기자가 의도적으로 찌른 질문들이었지만 말이다. 인터뷰 질문이 지나치게 말랑말랑하면 서로 그다지 좋을 것은 없다)에 대해서, 즉답을 피하면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은 확실히 남기는 능숙함이 특히나 돋보였다. 정중한 예의와 사람좋은 미소가 트레이드 마크인 그가 정치를 시작한지 이제 1년이 다 돼간다. 이 시간 이후,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기대가 크다.


2009.03.17. 박형준창천항로 공동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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