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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광화문 울린 <국립오페라합창단> 눈물의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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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광화문 울린 <국립오페라합창단> 눈물의 합창
  • 미디어몽구
  • 승인 2009.03.1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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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겨울을 밀어낸 서울은 오랜만에 맑게 갠 하늘을 보였다. 한 손에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한가롭게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의 행복한 모습이 광화문 일대를 수놓은 11일 오후, 서울 세종로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앞에서는 ‘국립오페라합창단에 대한 일방적 해체통보와 부당해고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날 국립오페라합창단은 아름다운 목소리로 서로를 위로했고,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오페라 ‘나비부인'을 위해 방한한 이탈리아 뜨리에스떼 베르디극장 소속의 성악가와 스텝들도 이들을 격려했다. 국립오페라합창단이 전원 해고되었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하며 노래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고, 함께 노래했다.

2002년 창단 이래 다양한 공연과 연주회를 통해 국립오페라의 수준을 높이는데 기여했음에도 국립오페라단이 ‘규정에 없다'면서 해체한 국립오페라합창단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은 약 7년간 계약직으로 운영해온 합창단에 대해 ‘자체 규정에 설치 근거가 없는 점'과 ‘경영 합리화' 등을 들어 올해 초 40여명의 단원에게 해체를 통보했다.

이에 대해 단원들은 ‘일방적인 해고 통지'라며 부당함을 주장하고 있으나 국립오페라단과 문화부는 적절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립오페라합창단 부당해고 진행상황

국립오페라합창단은 2009년 1월 8일 이소영 단장과의 첫 면담에서 구두로 해고통보를 받았다. 약 7년간 계약직으로 운영해온 합창단에 대해 ‘자체 규정에 설치 근거가 없다는 점'과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산하 합창단원 40명에게 해고를 통보한 것이다. 이날 이 단장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개인적, 공식적 지침에 의해서 해고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단원들이 사회로 나가 합창단을 창단하면 공연 횟수를 지원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이에 반발한 단원들은 공공노조 운수연맹 산하 국립오페라합창단 지부를 결성하고 2월 일 첫 교섭을 시작했다. 이때 이소영 단장은 앞서 말한 유 장관의 해고지침을 ‘장관이 회식자리에서 사적으로 한 말'이라며 번복했고, 우편을 통해 단원들에게 해고를 서면으로 통보했다.

2월 10일, 단측은 2,차 교섭에서 현재 사회적 기업의 후원을 받아 합창단 결성을 추진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합창단의 해고를 철회하지 않고 민영화시키겠다는 구두 약속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12일 사무국장과의 논의해서 해고 철회와 원직복직에 대한 요구를 밝히고 5일 뒤 4차 교섭을 약속했다.

‘대안' 없는 씁쓸한 현실...노동자의 권리 찾기는 죄인가?

"어둠이 빛을 덮고 대지를 달리다 발을 멈추는 땅의 끝, 그곳에서 백치가 지식인을 가르치고, 어린 아기는 노인의 얼굴을 하고 있으며, 하늘은 땅을 대신하고 땅은 하늘을 대신한다."

르네상스의 서막을 알린 단테는 ≪신곡≫에서 지옥을 이와 같이 묘사했다. 그가 생각한 지옥은 앞과 뒤, 위와 아래가 모두 뒤바뀐 ‘역설' 그 자체였다. 불의가 정의를 갈음하는 것도 가능한 ‘역설의 세상'에서 제대로 된 삶이 가능할 리 없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최저임금정도의 급여를 받으며 그들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 물론 돈을 벌려고 하는 일이 아니라 하더라도, 기본적인 생존조차 해결되지 않는 일이라면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를 알면서도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해법을 제시하기는 고사하고 이번 사태로 인해 빚어진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현실은 단테가 말한 ‘역설의 지옥'처럼 어둡다. 역설이 통하는 사회가 가능한 것은 정의와 불의 사이에 명확한 구분이 힘들고, 윤리의 이름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기초한 ‘대중 감수성'이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역설의 대한민국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현상이 사회전반에 걸쳐 나타남에 있다. 겉으로는 양극화의 심각성을 외치고 민생을 강조하지만 실제정책은 ‘신자유주의'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또한 그리스어의 휴브리스(hubris ․ 오만)는 ‘신의 영역까지 침범하려는 오만'을 뜻한다. 그리스 비극 ‘오이디푸스 왕'에서 모든 것을 알아내려 했던 주인공의 비극적 결함이 휴브리스였다.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이 용어를 빌려왔다. 과거에 성공한 사람이 자기 능력과 방법론을 우상화하는 과오로 실패를 겪는 현상을 휴브리스라 불렀다. 역사를 바꾸는데 성공한 창조적 소수가 그 성공으로 교만해져 추종자들에게 복종만을 요구하며, 인(人)의 장막에 둘러싸여 지적 ․ 도덕적 균형을 상실하고 가능과 불가능에 대한 판단력까지 잃게 되는 현상이 토인비가 말하는 휴브리스다. 정권을 잡은 소수가 자신들의 성공 방식을 절대적인 진리인 것처럼 우상화하면서 실패나 갈등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무지함을 지식이라 부르고, 불의를 정의라 부르는 것은 역설이다. 이런 거짓말은 이른바 ‘힘 있는 사람들'에게서 나오고, 역설 대한민국의 실질적 피해자는 이 사회의 대중들이다. 요즘 우리 사회 곳곳에서 갈등이 빚어지는 것도 이런 역설에 기반한 휴브리스에서 그 답을 찾아볼 수 있다. 이것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기반성에 소홀하지 않으면서 남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

현 정부에서 극단에 이른 노동 배제는 노동자들의 생존 위기이자 민주주의의 위기를 가리키는 징표다. 지금 추세대로 가면 심각한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처음에 합창단을 만들 때부터 상임화를 약속하였고 합창단은 상임화의 기대를 안고 공연을 해왔다. 7년이라는 기간 동안 4대 보험도 보장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기본급 70만원에 일부 수당만 받으며 견뎌왔지만, 문광부는 이제 와서 ‘규정에 없는 유령조직' 운운하며 해고를 정당화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진정한 민주화의 등장은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현 정부의 관점으로 민주화를 생각해보면 ‘민주화의 후퇴'를 가져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규정집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해체의 이유이고, 그 부분이 잘못된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수정하면 된다. 지난 7년 동안이나 편법으로 운영되었던 국립오페라단의 체계를 바로잡는 방법은 국립오페라합창단의 해체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대한민국 오페라합창의 시초이자 국립오페라의 질적 수준향상에 기여한 국립오페라합창단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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