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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군포사건, 경찰이 취재진에게 베푼 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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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군포사건, 경찰이 취재진에게 베푼 친절?
  • 미디어몽구
  • 승인 2009.02.13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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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용산참사를 통해 다시 확산 되려는 촛불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군포연쇄살인 사건을 적극 활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민주당 김유정 의원이 주장했고, <오마이뉴스>가 이와 관련된 문건을 확보했다는 보도까지 했습니다.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문건 내용을 보면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이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이메일을 보내 "용산 참사로 빚어진 경찰의 부정 프레임을 연쇄살인 사건 해결이라는 긍정적 프레임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언론이 경찰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니 계속 기사거리를 제공해 촛불을 차단하는데 만전을 기해 주시길 바랍니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저는 강호순이 범행장면을 재연하는 현장검증을 촬영한 적이 있습니다.



논현동 고시원 사건 VS 군포 납치 살해사건, 경찰이 취재진에게 대한 태도 비교

보통 TV 뉴스 화면에서 보면 범인 현장검증때 경찰은 취재진을 의식하지 않고 범인에게 당시 상황을 재연하게 끔 합니다. 논현동 고시원 방화 살인 사건때도 그랬고 현장에서 제가 직접 봤습니다. 범행장소 현장공개도 마찬가지.취재진들이 경찰에게 범행장소 공개를 요구해도 안하다 일부 매체에서 어떻게 범행 장소에 들어갔는지 현장 영상과 사진으로 보도가 나오자 그날밤 자정 쯤 전 취재진에게 현장을 공개할 만큼 경찰은 사안이 큰 범죄 사건에 대해 취재진에게 비 협조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군포 여대생 피해자 납치살해 사건 현장검증때 경찰이 취재진에게 베푼 친절을 보고 조금 놀랐습니다. 범인의 현장검증이라고는 보기 어려웠을 정도로 '취재진에게 강호순이 포토타임을 갖는 줄 알았습니다.' 좀 오버스럽게 표현했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경찰이 논현동 방화 살인사건때 취재진에게 대하는 걸 비교하며 느낀 제 생각은 그러했습니다.

다시 군포 여대생 납치 살해사건 현장검증으로 돌아와서, 저는 그날 강호순이 피해자를 차에 납치했던 장소, 살해한 뒤 유기했던 장소. 이 두곳에서 현장검증 하는걸 지켜봤습니다. 마지막 장소인 피해자가 강호순에 의해 살해되고 유기되는 장소에서는 강호순이 탄 차량이 취재진들보다 먼저 도착했지만, 강호순은 차안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강호순이 탄 차량 안을 봤을때 강호순은 보이지 않아 처음엔 아직 도착하지 않았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취재진들이 현장에 다 도착한뒤 제가 안을 봤던 차량에서 강호순이 나오더군요. 봉고차였는데 소파밑에 숨어 있었는지 알순 없었지만... 형사들이 매체명을 부르며 취재진들이 현장에 다 도착했는지 체크한 뒤에서야 현장검증이 이루어졌습니다.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취재진들은 경찰의 기다림에 고마워 했습니다.

범행 재연 중에도 취재진들이 강호순에게 포즈를 요구하면 경찰이 강호순에게 포즈 취해달라 말하기도 하고, 사전에 없던 현장검증 후 마지막 유기장소에서 강호순에게 즉석 공동 인터뷰 하게 끔 자리를 마련해 줄 정도로 취재진 요구에 경찰은 적극적으로 협조한 모습을 보였는데 납치 살해사건 피해자 여대생 친구들도 현장검증을 끝까지 지켜본뒤 "이번 현장검증은 취재진을 위한 현장검증"이었다 말할 정도였습니다.

또한, 취재진들을 위해 경찰서장이 지시했다며 근처에 식당을 예약해 놨으니 그곳에 가서 식사를 하라고 한 형사가 식당 약도가 그려진 종이를 취재진들에게 건네기도 했습니다. 경찰의 친절한 배려에 취재진들은 놀라기도 하고 고개를 갸우뚱 거린뒤 밥이라도 먹고 가자며 식당으로 이동한걸 보았습니다.

어제까지 김유정 의원 주장과 <오마이뉴스>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던 청와대가 사실을 시인했다는 기사를 보며 국민을 물로 보지 않는 이상, 여론 조작 지시를 경찰에 할수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청와대 한 개인 비서관의 지시라고 하기엔 사안의 중대성을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 메일 받은 경찰청 홍보담당관이 해당 경찰서에 이 같은 지시를 했는지도 밝혀야할 대목 입니다.

저 같은 경우 경찰이 취재진에게 베푼 친절의 시기가 중요합니다. <오마이뉴스>가 밝힌 문건에는 분명, '연쇄살인사건'이라는 글귀가 나옵니다. 하지만 제가 현장 검증 촬영을 했을 그때는 강호순이 연쇄 살인범으로 밝혀지기 전 입니다. 경찰은 또 다른 범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확대한다고 하는 시점이죠.

그렇다면, <오마이뉴스>가 밝힌 문건 내용 전부터 경찰이 취재진에게 친절을 베풀었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강호순이 연쇄 살인범으로 밝혀지기 전부터 경찰은 왜 취재진들에게 친절을 베풀고 배려를 했는지, 원래 현장검증때 취재진들에게 그렇게 친절하게 취재에 협조적인지 궁금합니다. 당시 현장에서 같이 취재하던 일부 취재진들도 경찰의 친절에 의아해 했고, 제가 논현동 고시원 사건 현장검증과 군포 살해 사건 현장검증을 직접 보면서 비교하며 느낀 경찰의 태도는 180도 달랐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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